샐캡사전: 잭 라빈이 시카고 불스를 떠나지 못한 이유 ,,,

스포츠 게시판

[스포츠] 샐캡사전: 잭 라빈이 시카고 불스를 떠나지 못한 이유 ,,,

 

[이동환의 앤드원] 샐캡사전: 잭 라빈이 시카고 불스를 떠나지 못한 이유


[루키=이동환 기자] NBA는 샐러리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샐러리캡 제도는 상상 이상으로 규정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일반 팬들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일명 "샐캡사전". 이 코너를 통해 NBA 팬들이 샐러리캡 규정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길 기대한다.



2018년 여름, 새크라멘토 킹스와 시카고 불스는 일명 "잭 라빈 전쟁"을 벌였다.

FA 자격을 얻은 잭 라빈에 대해 새크라멘토는 영입을, 시카고는 잔류를 외치면서 치열한 모셔오기 경쟁을 펼친 것이다.

승자는 원소속팀 시카고였다. 라빈은 4년 7,800만 달러의 조건에 황소 군단에 잔류하게 됐다. 이후 NBC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라빈은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저와 새크라멘토가 맺은 계약에 시카고가 매치(match)해준 것에 신께 감사드린다."

여기에서 라빈이 "매치(match)"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있다. 당시 라빈은 일반적인 FA가 아니었다. 자신의 의사대로 이적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제한적 FA였다. 시카고는 제한적 FA라는 라빈의 상황을 적극 활용해 그를 잔류시켰고 매치(match)는 제한적 FA인 선수를 원소속팀이 잔류시킬 때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제한적 FA는 무엇일까? 그리고 시카고가 라빈을 잔류시키면서 했던 "매치(match)"라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지금부터 알아가보도록 하자.



매년 여름이 되면 NBA 팬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다. 7월 1일 0시부터 FA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FA 시장에 나오는 모든 선수들이 같은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 어떤 FA 선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팀과 계약을 맺고 자유롭게 이적을 결정 할 수 있는 반면, 어떤 FA 선수들은 원소속 팀의 계약 의사에 따라 이적과 잔류 여부가 결정 된다.

이때 전자를 "비제한적 FA" , 후자를 "제한적 FA" 라고 부른다.

비제한적 FA라는 개념은 아주 단순하다. 말 그대로 이적에 제한이 없는 FA라는 의미이다. FA 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취지에 충실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2019년 FA 시장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토론토 랩터스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카와이 레너드는 6월 23일에 1년 2,130만 달러의 잔여 계약을 거절하고 FA 자격을 얻었다. 시장에서 더 큰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곧바로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이때 레너드의 선택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declined player option", 즉 플레이어 옵션을 거절했다는 계약적인 표현을 쓰는데 이 부분은 추후 다른 기사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다른 FA들이 7월 1일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하나, 둘 구두계약에 합의한 반면 레너드는 토론토, 레이커스, 클리퍼스 등 자신을 원하는 팀들을 신중히 저울질했다. 모두가 지쳐가던 7월 6일, 레너드는 결국 LA 클리퍼스와 3년 1억 314만 달러의 조건에 계약을 맺는다.

이때 레너드는 자신이 뛸 소속 팀을 결정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토론토 잔류를 선택하든 LA 지역의 팀으로 이적하든 온전히 레너드의 자유였다. 계약 기간, 연봉 모두 맥시멈 계약의 범위 안에서 레너드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구단과 합의했다. 비제한적 FA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사실 매년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 중 대부분이 비제한적 FA에 해당한다. 2019년 FA 시장에서는 카와이 레너드를 비롯해 케빈 듀란트, 카이리 어빙(브루클린행), 켐바 워커(보스턴행), 지미 버틀러(마이애미행), 니콜라 부세비치(올랜도 잔류) 등이 비제한적 FA로서 자유롭게 새 계약을 맺고 소속팀을 결정했다. 이들 모두 비제한적 FA였다.

반면 디안젤로 러셀(골든스테이트행), 말콜 브록던(인디애나행), 토마스 브라이언트(워싱턴 잔류), 델론 라이트(멤피스행)는 상황이 달랐다. 이들은 이적에 제한과 조건이 따라 붙는 제한적 FA였다. 2018년의 잭 라빈과 완전히 같은 입장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제한적 FA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FA인데 이적에 제한이 있다는 건 무슨 말일까? 굉장히 모순된 말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한 속사정과 규정을 알고 보면 그리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다.

NBA는 루키 선수들이 처음 드래프트된 팀에 좀 더 오래 남기를 바라고 있다. 드래프트된 유망주들이 데뷔 후 4년(루키 계약 기간)을 채우고 훌쩍 다른 팀으로 떠나버리는 것은, 리그 입장에서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선수와 구단 혹은 지역 팬들 사이의 유대 관계가 약해지고, 경기를 챙겨볼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응원하는 팀이 전체 1순위 유망주를 지명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4년 뒤에 이 선수가 FA가 되어 완전히 자유롭게 다른 팀으로 떠나버릴 수 있다면?

그 선수를 뽑은 구단이나 그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끔찍한 일이다. 반면 FA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빅마켓 팀들이나 샐러리캡 여유분을 넉넉히 비워둔 팀들은 만 22살에서 23살의 리그 최고급 유망주들을 돈의 힘으로 쉽게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리그 형평성을 추구하는 샐러리캡 제도의 기조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NBA는 루키 계약(1라운드 지명자는 3+1년, 2라운드는 2년 혹은 3년)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의 이적에 제한을 두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이는 직장 선택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노동법에는 엄연히 맞지 않는 제도다. 하지만 제한적 FA 제도는 사무국, 구단과 선수 노조의 노사 합의 과정에서 선수 노조의 동의 하에 만들어진 규정이기 때문에, 사무국이나 구단만 실속을 보는 일방적인 제도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제한적 FA 선수는 FA 시장에서 어떤 계약 과정을 거치는 걸까?

일단 제한적 FA 자격을 얻은 선수라 하더라도 어떤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은 비제한적 FA와 같다.

하지만 원소속 팀이 아닌 다른 팀과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꽤나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제한적 FA는 다른 팀과 계약에 합의하더라도, 원소속 팀이 그 계약을 동일하게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때 원소속 팀이 동일한 계약을 제시하는 행위 "매치(match)" 라고 부른다. 그리고 원소속 팀이 "매치(match)"를 실행할 경우 해당 선수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원소속 팀에 반드시 잔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제한적 FA가 갖게 되는 "제한"이다.



2017년 여름에 FA 대박을 터트린 오터 포터 주니어(시카고 불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2013년 드래프티인 오터 포터는 루키 계약 4년을 모두 채우고 FA 자격을 얻었다. 루키 계약이 끝나고 FA가 됐으니 앞서 설명한 대로 제한적 FA가 된 셈이었다.

이런 포터에게 큰 관심을 보인 팀이 있었다. 당시 샐러리캡 여유분을 확보하고 있었던 브루클린 네츠였다. 브루클린은 포터에게 4년 1억 65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제시했다. 2016-2017시즌에 평균 13.4점 6.4리바운드를 기록한 포터에게는 "횡재" 수준의 오퍼였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포터는 브루클린이 내민 계약서에 사인했다.

규정에 따라 이제 바통은 포터의 원소속 팀인 워싱턴으로 넘어갔다. 워싱턴은 48시간 내로 오토 포터와 브루클린이 맺은 계약에 "매치"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여기서 워싱턴에게 주어지는 48시간도 규정에 포함돼 있다. 2016년까지 제한적 FA 선수의 원소속 팀은 선수가 타 팀의 계약서에 공식 사인한 시간을 기준으로 72시간 내로 매치 여부를 결정하면 됐다. 하지만 노사 협약 내용이 바뀐 2017년부터는 그 시간이 48시간으로 줄었다.)

당시 존 월의 마음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던 워싱턴은(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에 앞서 팀의 핵심 3&D 자원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포터를 잔류시키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결국 워싱턴은 고민 속에 매치를 결정했고, 오토 포터는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워싱턴 선수로 남았다. 또 다른 "먹튀 계약"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제한적 FA의 계약에 원소속 팀이 "매치"를 하는 경우 원소속 팀은 해당 선수가 타 팀과 맺은 계약 내용을 완전히 똑같이 이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시 브루클린은 이 점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오토 포터와의 계약에 까다로운 조항을 삽입했다. 워싱턴이 "매치" 여부를 조금이라도 고민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브루클린은 오토 포터와의 계약에 15%의 트레이드 키커(트레이드될 경우 해당 선수의 샐러리캡이 115%로 계산되는 조항)와 연봉의 50%를 매년 10월 1일에 우선 지급하는 조항을 삽입했다.(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연봉을 매월 1일 혹은 15일에 나누어서 지급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오토 포터를 붙잡기로 결정했고, 그 후 존 월과도 연장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어쩌면 브루클린과 워싱턴의 고래 싸움 사이에서 FA 대박에 성공한 오토 포터만 신나버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2018년의 시카고와 잭 라빈은 어땠을까?

당시 FA 시장에 나선 잭 라빈은 새크라멘토와 4년 7,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14년 드래프티인 잭 라빈은 루키 계약 4년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상태였다. 즉 라빈도 제한적 FA였다.

당시만 해도 라빈의 시장 가치는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직전 두 시즌 동안 부상으로 71경기 출전에 그친 상태였고(2017년 2월에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한 것이 컸다) 복귀 시즌이었던 2017-2018시즌은 평균 16.7점 야투율 38.3%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16-2017시즌에 부상 직전까지 보여준 훌륭한 퍼포먼스(평균 18.9점)가 FA 계약 규모의 근거로 작용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큰 부상을 입고 코트로 돌아온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라빈이 FA 계약 이후 어느 정도 수준까지 기량을 회복하고 유망주로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라빈에게 새크라멘토는 과감한 계약을 제안했다. 4년 7,800만 달러의 계약서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새크라멘토는 팬들의 비웃음거리가 됐다. 라빈과 맺은 계약의 규모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빈 본인은 자신이 새크라멘토와 맺은 계약에 원소속 팀 시카고가 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던 것 같다.

새크라멘토와 계약한 직후 라빈은 "(시카고가 아닌) 다른 팀의 계약서에 먼저 사인을 하게 된 것이 실망스럽다"며 "새크라멘토가 먼저 접근해 좋은 계약을 제시해줬다. 시카고보다는 새크라멘토가 나를 더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놀랍게도 시카고가 "묻고 그대로 가!"를 외친다. 48시간 내에 "매치(match)"를 결정한 것이다.

결국 라빈은 새크라멘토와 먼저 계약을 맺었음에도 그 계약을 그대로 제시한 원소속 팀 시카고에 잔류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라빈은 "시카고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시카고 불스가 매치를 결정해준 것에 대해 신께 감사드린다.(thank God the Bulls matched it)"라는 말도 남겼다.

제한적 FA 제도와 "매치(match)"라는 개념을 알고 있어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코멘트였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398&aid=0000035052


훌룡한 기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