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FC, 5228일을 기다렸는데…‘설욕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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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부천 FC, 5228일을 기다렸는데…‘설욕전’ 놓쳤다

K리그2 ‘연고 이전 악연’ 제주 상대
개막 3연승 기세 꺾이며 0 대 1 분패
제주 주민규, 머리로 극장골 제주 주민규가 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부천 FC-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코로나19 여파 속 무관중 경기로 진행 중인 K리그에서 2부리그 한 경기가 축구팬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 FC-제주 유나이티드전. 두 팀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만나기에 앞서 일찌감치 악연으로 묶였다.

부천 FC의 전신인 부천 SK가 2006년 2월2일 팬들을 외면하고 제주도 연고 이전을 전격 발표한 사건이 역사의 시작이었다. 축구단 이전으로 상실감이 컸던 부천팬들은 2007년 12월1일 시민구단 부천 FC 창단으로 허전함을 달랬다.

지난 13년의 세월을 3부리그에서 시작한 부천과 1부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온 제주의 간극은 컸다.

두 팀의 기약 없던 만남이 실현된 건 올해다. 제주가 지난 시즌 1부리그 꼴찌로 강등되면서 부천이 버티고 있는 2부리그로 내려왔다. 그리고 이날 부천의 시즌 두 번째 홈경기에서 대결이 성사됐다. 공교롭게 제주 지휘봉은 1997년부터 7시즌간 부천 중원을 책임졌던 남기일 감독이 잡고 있기도 했다.

관중석이 비어 있어 뜨거운 응원전은 없었다. 제주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는 부천 서포터스 헤르메스는 관중석에는 서지 못했지만 구단 배려로 경기장에 응원 플래카드를 미리 걸었다.

‘헤르메스’의 외침 관중 없는 관중석에 부천 서포터스가 만든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저들이 떠나고 만난 진정한 부천 FC, 당신들만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5228일 동안 지켜온 우리의 긍지, 새롭게 새겨지는 우리의 역사’ 등 여러 사연이 담긴 플래카드가 부천팬의 마음을 대신했다.

부천도 경기를 준비하며 공개한 포스터에 ‘20060202 절대 잊지 않겠다’고 적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를 했다. 부천은 개막 3연승으로 기세를 올리는 중 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승리는 복수의 칼을 갈던 부천 편이 아니었다. 먼 길을 돌아 부천을 찾은 제주가 1승을 챙겨갔다. 개막 3경기에서 1무2패로 부진했던 제주는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주민규의 헤딩슛으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부천의 공세를 잘 막은 제주는 빗줄기가 거세진 후반 반격에 나섰다. 상대 진영에서 점유율을 높이고도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지만, 종료 직전 오른쪽 측면에서 김영욱이 올린 크로스를 주민규가 쇄도하며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결승골을 잡아냈다.

남기일 감독은 경기 뒤 “추억이 많은 경기장이어서 만감이 교차했다. 앞으로 부천과 좋은 경쟁 상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천 | 이정호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제공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