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 미래통합당에 안 보이는 3가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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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총선 참패 후 미래통합당에 안 보이는 3가지 모습

미래통합당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택으로 귀가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자신을 기다리던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이 향후 지도체제를 정하지 못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이같은 시계제로 상황은 총선 참패 이후 2주일이 지난 현재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당 안팎에서는 특히 선거 패배 이후 통합당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3가지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패배 ‘인정’과 ‘원인 분석’ ‘리더십’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통합당은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하지만 당내에서는 약간 다른 기류도 포착된다.

박형준 통합당 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의석수를 보면 참패가 맞는데 득표율을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주워 담을 수 있는 보수표는 그런대로 많이 담았다. 지난 대선 때 24%, 지방선거 때 27% 얻었다. 이번엔 41%인데 의석수가 3분의 1에 불과한 건 지지보다 훨씬 못한 의석을 받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27%를 얻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41%를 얻었기 때문에 그리 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인사는 박 전 위원장 뿐 아니다. 한 당선인도 최근 기자들과 사석에서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사실상 진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영남권 당선인들은 지난번 더불어민주당에 내준 대구 의석 두 석을 찾아왔다. 영남권 전체로 보면 65석 가운데 민주당은 7석, 통합당은 56석을 얻었다. 사실상 ‘싹쓸이’했기 때문에 영남권 당선인들은 오히려 ‘이겼다’는 인식도 상당하다.

총선 패배라는 현실 인식을 부정하다보니 통합당에서는 왜 졌는지 원인 분석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제21대 총선 미래통합당 초선 당선자들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012년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무제한 끝장 토론을 벌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말만 무성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통합당에서는 선거 패배를 둘러싼 공식적인 토론회는 지난 23일 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개최한 게 처음이었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23일 선거 패배 원인 분석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21대 국회 주축인 당선인 모임도 겨우 성사됐다. 당 지도부는 당선인 총회도 미루다가 재선과 3선 당선인들이 잇따라 회동을 갖고 ‘당선인 총회’를 요구하자 ‘김종인 비대위’를 추인하는 전국위원회 당일인 지난 28일 오전에 겨우 잡았다. 당 관계자는 “왜 당선인 총회를 열지 않고 밀어붙였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아무리 전화로 전수조사를 했다고 해도 심도있는 토론이 우선이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에서 가장 찾아보기 힘든 부분은 리더십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선거 당일 밤 11시에 갑작스럽게 사퇴하고 떠났다. 그렇다고 당 지도부가 동반 사퇴하는 모양새도 아니었다.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차기 지도부를 논의하다보니 추진력이 떨어졌다. 지난 28일 벌어진 ‘김종인 비대위’ 무산은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당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진행하면서 빚어진 촌극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쯤이면 정치권에서는 유력 대권주자가 나서서 물밑에서 정리하기 마련이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등장한 건 ‘박근혜 비대위’였다.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를 이을 차기 유력 주자였다. 2012년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여러 반대를 뚫고 김종인 전 장관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지금 통합당은 유력 주자도 없고 당 대표도 없다.

이날 통합당 김재섭·조성은·천하람 등 청년위원들로 구성된 청년 비대위는 현재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면서 특정 개인에게 기대지 않고 “당 지도부 붕괴 상황에서 국민들이 명령하신 혁신과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리더십 실종 상태인 통합당이 어떤 선택을 해나갈지 주목된다.


출처-경향신문